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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마이북피니언(독후감)

『이토록 평범한 미래』 - 9년 만에 돌아온 김연수의 시간 철학

by 설펀딸구 2025. 5. 29.

도서 정보


• 도서명: 이토록 평범한 미래

• 저자: 김연수

• 출판사: 문학동네

• 출간일: 2022년 10월 7일 (종이책) / 2022년 10월 5일 (전자책)

• 페이지 수: 276쪽

• ISBN: 9788954680004

• 카테고리: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김연수가 9년이라는 긴 침묵을 깨고 돌아왔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2013) 이후 9년 만에 펴내는 여섯번째 소설집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276쪽의 분량으로 여덟 편의 단편을 담고 있다. 그전까지 2~4년 간격으로 꾸준히 소설집을 펴내며 '다작 작가'로 알려져온 그에게 지난 9년은 "바뀌어야 한다는 내적인 욕구"가 강하게 작동하는 동시에 "외적으로도 바뀔 수밖에 없는 일들이 벌어진" 시간이었다.

이 소설집의 가장 특별한 점은 '종말 이후의 사랑'이라는 주제로 관통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종말은 거창한 세계의 멸망이 아니라, 개인적인 절망과 좌절, 상실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김연수는 그 종말 이후에도 계속되는 사랑과 희망, 그리고 '이토록 평범한 미래'를 향한 인간의 의지를 섬세하게 그려낸다.

시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

이 소설집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김연수가 보여주는 '시간'에 대한 변화된 시각이다. 과거에서 미래로 일직선으로 흐른다고 여겨지는 시간을 그는 다르게 정의한다. "우리가 달까지 갈 수는 없지만 갈 수 있다는 듯이 걸어갈 수는 있다"는 문장에서 드러나듯, 불가능을 알면서도 가능한 것처럼 살아가는 것이 바로 인간의 아름다운 존재 방식이라고 말한다.

표제작 「이토록 평범한 미래」에서 "미래를 기억해야 한다"는 외삼촌의 말은 이 소설집 전체를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다. 미래를 기억한다는 것은 현재를 바꾸기 위한 상상력이며, "용서는 과거가 아니라 미래를 기억할 때 가능해진다"는 통찰을 제시한다.

종말 이후에도 계속되는 사랑

여덟 편의 단편들은 모두 각자의 종말을 경험한 인물들의 이야기다. 「난주의 바다 앞에서」의 권투 선수는 링 위에서 수없이 쓰러지면서도 다시 일어선다. "넘어진다고 끝이 아니야. 그다음이 있어"라는 그의 말은 소설 속 모든 인물들의 공통된 신념이기도 하다.

「진주의 결말」에서는 범죄심리학자와 유진주의 대화를 통해 이해와 소통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누군가를 완전히 이해하는 것이 과연 가능한가 하는 질문을 던지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도해야만 하는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이야기의 힘과 치유

김연수는 여전히 '이야기'의 힘을 믿는 작가다. "언젠가 세상의 모든 것은 이야기로 바뀔 것이고, 그때가 되면 서로 이해하지 못할 것은 하나도 없게 되리라고 믿는 이야기 중독자"라는 표현에서 드러나듯, 그에게 이야기는 단순한 서사가 아니라 현실을 변화시키는 힘이다.

「바얀자그에서 그가 본 것」에서는 공룡 화석을 통해 수천만 년 전의 이야기를 상상하고, 「다만 한 사람을 기억하네」에서는 잊혀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복원한다. 이처럼 소설 속 인물들은 끊임없이 이야기를 만들고, 전하고, 기억한다.

평범함의 역설

제목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언뜻 모순적으로 보인다. 미래는 늘 특별하고 새로운 것이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연수가 말하는 평범한 미래는 사실 가장 소중하고 특별한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아침을 맞고, 평범한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 다시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그런 일상의 연속 말이다.

"우리가 계속 지는 한이 있더라도 선택해야만 하는 건 이토록 평범한 미래라는 것을. 그리고 포기하지 않는 한 그 미래가 다가올 확률은 100퍼센트에 수렴한다는 것을"이라는 문장은 이 소설집의 핵심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깊은 시간의 눈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해설에서 김연수가 제시하는 "깊은 시간의 눈"에 주목한다. 유한한 육체의 시간 속에서 비관할 수밖에 없는 우리에게 김연수는 무한한 정신의 시간 속에서 낙관할 수 있는 "깊은 시간의 눈"에 대해 말한다. 깊은 시간의 눈 속에는 나에게 들어온 타인이 있고 나를 품은 타인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결코 혼자가 아니다. 내 안에는 수많은 타인의 시간이 들어있고, 타인 안에는 나의 시간이 스며있다. 그렇게 나와 타인이 섞이며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이 바로 인생의 행과 불행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시간이다.

특별한 가치와 의미

이 소설집을 읽는 것은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나누는 깊은 대화 같다. 김연수의 문장은 여전히 아름답고 서정적이지만, 9년의 세월만큼 더 깊은 연민과 이해가 담겨 있다. 그의 인물들은 대단한 영웅이 아니라 우리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는 의지로 특별해진다.

김연수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종말 이후에도 사랑은 계속되고, 불가능해 보이는 미래도 한 걸음씩 걸어가다 보면 어느새 현재가 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추천 독자와 활용법

강력 추천 대상

  • 김연수의 기존 작품을 사랑했던 독자
  • 인생의 전환점에서 방향을 찾고 있는 사람
  • 일상의 소중함을 재발견하고 싶은 독자
  • 질 좋은 한국 현대소설을 찾는 문학 애호가

효과적 활용법 각 단편을 천천히 음미하며 읽되, 작품 속에서 반복되는 '시간', '기억', '이야기'의 모티프를 따라가보는 것이 좋다. 특히 자신의 경험과 연결지어 읽으면서 '나에게 평범한 미래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기를 권한다.

최종 평가

⭐⭐⭐⭐⭐ (5/5점)

『이토록 평범한 미래』는 9년의 침묵을 깬 김연수의 성숙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종말 이후에도 계속되는 사랑에 대한 여덟 편의 이야기는 절망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아름다운 의지를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달까지 갈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곳을 향해 노를 젓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토록 평범하면서도 누구도 빼앗을 수 없는 우리의 미래를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와 용기를 주는 필독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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