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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는 질병인가, 자연의 섭리인가?
"노화는 정상이 아니라 질병이며, 이 병은 치료 가능하다."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의 이 선언적 문장을 처음 접했을 때 나는 당황스러웠다. 생로병사를 인간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살아온 내게, 노화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치료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충격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하지만 624페이지에 달하는 이 방대한 저작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점차 저자의 혁명적 사고에 매료되어갔다.
정보 이론으로 본 노화의 본질
싱클레어 교수가 제시하는 '노화의 정보 이론'은 기존의 노화 이론들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관점을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노화는 'DNA라는 디지털 정보와 후성유전체라는 아날로그 정보로 구동되는 인체 시스템에 잡음과 혼란이 생겨나면서 운영 능력이 저하되는 것'이다. 이는 마치 오래된 CD가 긁혀서 음악이 제대로 재생되지 않는 것과 같은 원리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서투인(Sirtuin)이라는 장수 조절 인자에 대한 설명이었다. 저자는 서투인을 '세포의 피아니스트'에 비유하며, DNA 손상이 일어날 때마다 서투인이 본래 자리를 떠나 손상 부위로 달려가면서 유전자 발현에 혼란이 생긴다고 설명한다. "서투인을 비롯한 후성유전 인자들이 유전자를 떠나 DNA가 끊긴 자리로 가서 수선을 한 뒤에 되돌아가는 일을 반복하는 방식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궁극적으로는 우리를 늙게 하는 원인"이라는 것이다.
이런 설명을 읽으면서 나는 우리 몸이 얼마나 정교한 시스템인지 새삼 깨달았다. 동시에 노화가 단순히 시간이 지나면서 일어나는 불가피한 현상이 아니라, 특정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의한 것이라는 점이 놀라웠다.
현대판 불로초의 등장
책의 중반부터는 구체적인 노화 방지 방법들이 등장한다. 저자가 직접 복용한다고 밝힌 것은 NMN 1그램, 레스베라트롤 1그램, 메트포르민 1그램이다. 특히 적포도주에 들어있는 레스베라트롤에 대한 연구는 2003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으며, 이로 인해 적포도주 판매량이 30퍼센트나 증가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복잡한 심정이 들었다. NAD라는 물질의 체내 농도를 증진한 결과 늙은 생쥐의 몸에서 새로운 모세혈관이 형성되고 노쇠의 가장 큰 원인인 후성유전체의 불안정성이 되돌려진 것을 확인했다는 동물실험 결과는 분명 흥미롭다. 심지어 저자는 "40대 중반에 노화가 나타난 사람이 한달간 약물을 투여해 재프로그래밍 유전자들을 켜는 방법으로 몸이 점점 젊어져 25세로 돌아가는 일도 상상만은 아닐 것"이라고까지 말한다.
그러나 동시에 이런 주장들이 너무 낙관적이지는 않나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벤저민 버튼처럼 생체시계를 거꾸로 돌릴 수 있다는 이야기는 마치 SF 소설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검증된 방법들의 재확인
흥미롭게도 책에서 제시하는 가장 확실한 노화 방지법들은 지극히 상식적이었다. 건강이 유지될 만큼 적게 먹는 식습관, 운동을 통한 몸의 스트레스, 이러한 것들이 서투인과 같은 장수 조절 인자들을 활성화한다는 것이다. '적게 먹어라, 간헐적 단식을 하라, 육식을 줄여라, 땀을 흘려라, 몸을 차갑게 하라' 등의 조언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던 건강 상식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 점이 오히려 더 설득력 있게 다가왔다. 혁신적인 약물 치료법을 제시하면서도 기본적인 생활습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저자의 균형감각이 신뢰를 주었다. 특히 간헐적 단식과 칼로리 제한에 대한 과학적 근거들을 상세히 제시하는 부분에서는, 우리 조상들이 실천해온 '소식(小食)'의 지혜가 현대 과학으로 증명되고 있음을 느꼈다.
80세 아버지의 회춘 이야기
책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저자의 80세 아버지 이야기였다. 저자가 개발한 프로토콜을 따라 생활한 결과, 아버지가 마치 회춘한 것처럼 활력을 되찾았다는 일화는 매우 구체적이고 설득력 있었다. 물론 개인의 사례이므로 일반화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이론이 단순한 추상이 아니라 실제 적용 가능한 것임을 보여주는 사례였다.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내 부모님을 떠올렸다. 70대에 접어든 부모님이 건강하게 더 오래 사실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방법이 과학적으로 입증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우리 사회가 고령화되면서 건강수명의 연장이 얼마나 중요한 이슈인지도 새삼 깨달았다.
과학자인가, 사업가인가?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저자에 대한 의문도 생겼다. 싱클레어 교수는 과학자일 뿐만 아니라 수완 좋은 사업가이기도 하며, 레스베라트롤 연구로 큰 관심을 받던 2004년에 서트리스라는 바이오테크 회사를 차려 거액을 벌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또한 그의 서투인 연구에 대해서도 이견을 표하는 논문들이 적지 않게 나왔으며, 아직 '정설'의 지위를 얻지 못한 상태라는 점도 확인했다.
이런 정보들은 책의 내용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기보다는 비판적 시각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일깨워주었다. 과학적 발견과 상업적 이익이 얽혀있을 때 나타날 수 있는 편향성에 대해 경계해야 한다는 교훈이었다.
사회적 함의와 윤리적 고민
책의 후반부에서는 인간의 수명이 크게 연장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사회적 문제들을 다룬다. 저자는 장수 유전자, 장수 물질, 장수 기술을 모두 고려하면 우리는 113년을 살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며, 자신의 공식적 견해는 150년까지 살 수 있다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런 미래가 정말 바람직한 것일까? 동안의 고령자가 늘어날수록 지구는 인류를 감당할 수 있을까하는 저자의 질문은 나도 고민하게 만들었다. 인구 증가, 자원 고갈, 세대 간 갈등, 사회보장제도의 붕괴 등 수명 연장이 가져올 수 있는 부작용들에 대한 깊은 성찰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또한 노화 방지 기술이 경제적 여유가 있는 계층에게만 접근 가능하다면, 이는 새로운 형태의 불평등을 낳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들었다. 생물학적 나이의 격차가 사회적 계급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은 상당히 디스토피아적인 시나리오다.
현재적 의미와 실천 과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주는 메시지는 분명히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노화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그렇다. 비록 저자가 제시하는 미래 기술들이 아직은 검증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현재 우리가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은 충분히 과학적 근거가 있다.
나 역시 책을 읽은 후 생활습관을 점검해보게 되었다. 간헐적 단식을 시도해보고, 고강도 운동을 늘리고, 가공식품 섭취를 줄이는 등 작은 변화들을 시작했다. 물론 NMN이나 레스베라트롤 같은 보충제에 대해서는 아직 신중한 입장이지만, 기본적인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학의 가능성과 한계
『노화의 종말』을 읽으면서 나는 현대 과학의 놀라운 발전 가능성과 동시에 그 한계도 함께 느꼈다. 인간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연장하고 질병 없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있다는 비전은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그런 미래가 과연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을 가져다줄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단순히 오래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사는가일지도 모른다. 노화 방지 기술의 발전과 함께 삶의 질과 의미에 대한 깊은 성찰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마무리하며
데이비드 싱클레어의 『노화의 종말』은 의심할 여지없이 충격적이고 도전적인 책이다. 노화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뒤흔들고, 인간의 미래에 대한 새로운 상상력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비록 모든 주장에 동의할 수는 없고, 일부 내용에 대해서는 더 많은 검증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 책이 제기하는 근본적인 질문들은 우리 모두가 진지하게 고민해볼 만하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나에게 건강한 삶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해주었다. 노화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능동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영역으로 인식하게 되었고,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들을 배울 수 있었다. 비록 150세까지 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현재 주어진 시간을 더 건강하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는 지혜를 얻었다는 점에서 이 책은 충분히 가치 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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